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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3 [C]


폴로 메이플 컴뱃자켓


 어떤 의미에서 밀리터리 의류들이 패션으로 자리잡는 과정은 정말 독특하단 생각을 합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한국 육군의 야전상의나, 미군의 ACU같이 도저히 패션으로 활용하거나, 구태여 입고다니기 민망한 것들이 수십년이 지나면 또 일종의 클래식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요. 스트리트 패션쪽에서는 벌써 미군의 혹한기 의류인 프리마로프트 봄버를 입기 시작한 것을 보면, 오늘날의 군복들도 훗날에는 패션의 원류를 형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는 군복이 상징하는 것이 20세기 초반에는 지금과 많이 달랐던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보면 M43 야전상의가 정말 멋있어 보이고, 캡틴 소벨이 입는 A2 점퍼나 B3 무스탕도 정말 멋지긴 합니다. 어쩌면 과거에는 정말 군복이 멋져서 패션으로 좀 더 쉽게 자리잡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저는 군복이 상징하고 의미하는 것이 20세기 전반기와 후반기에 많이 달라진 까닭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예외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전세계는 큰 규모의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평화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대전'은 아직까지 되풀이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참전해야되는 위험을 실감하면서 살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항상 전운이 감돌던 20세기 전반기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언제든 전쟁에 참전해야하는 위험을 피부로 느낀 시기였습니다. 그러니 군복이 주는 느낌도 많이 달랐으리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알프레드 마샬에 이어 케임브리지 경제학과 교수직을 받은 아서 피구같은 저명한 경제학자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 평생 열등감을 가졌으니까요. 반면에 소설가 헤밍웨이는 문학적 성취를 참전의 경험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지요. 이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군인이 하나의 직군으로 자리잡았지만, 당시에는 군대에 다녀온 작가, 학자, 가수 등등과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작가, 학자, 가수 등등으로 나뉘어졌을테니까요. 그래서 20세기 전반기의 군복이 패션으로 자리잡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전쟁이 끝나고 군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일종의 과시적인 효과도 가졌을테니까요.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선택에 놓이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전쟁터의 진흙탕 속에서 인생을 그르치는 일도, 그러지 못해 이로부터 평생 쫒기는 일도 없으니까요. 어느 교수님이 남긴 말처럼, 전쟁은 몇몇 장군들에게 훈장을, 정치인들에게는 표를 그리고 젊은이들에겐 생명을 앗아가고, 어머니의 가슴에는 영원한 눈물을 줄 뿐입니다. 


 The world breaks everyone and afterward many are strong at the broken places. But those that will not break it kills. it kills the very good and the very gentle and the very brave impartially. if you are none of these you can be sure it will kill you too but there will be no special hurry 


 세상이 모두를 파괴하고, 거기서 사람들은 강해진다. 그러나 세상은 부러지지 않는 사람들을 죽인다. 아주 선하거나, 아주 상냥하거나, 아주 용감한 이들은 세상이 무자비하게 죽이고 만다. 만약 당신이  저들 중 하나에도 속하지 않는다해도 죽이겠지만, 딱히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다.

-1929년 무기여 잘 있거라,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밍웨이이 인식이 당대의 전쟁 참전에 대해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선하고 상냥하고 용감해서 가서 죽거나 부러지거나, 그러지 않은 이들은 전쟁에 나가지 않고 자신의 삶을 연명하거나. 그런 시대에 태어나지 않아서, 그러니까 군복을 별 생각 없이 패션으로 입을 수 있는 시대에 살아서 참 다행이란 생각입니다. 


물론 헛소리입니다. 오늘 캐내다군의 컴뱃자켓을 입어서 해본 이야기 입니다. 



내피는 M-43라이너와 닮은 이스트하버서플러스의 조끼인데 얼마 전에 매물로 구입했습니다. 많이 따뜻할 줄 알앗는데 큰 보온성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라이너는 MA-1의 카라와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는데 그래서 이런 자켓 안에 껴입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제는 유니클로에서 나오는 가디건 방식의 내피카라보다는 카라형태가 저런 내피를 구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뒷부분의 스트링이 들어가서 쭈글쭈글해지는 가공은 정말 신기할 정도로 멋집니다. 이런 편집증적인 옷 만들기는 랄프로렌이 포기하면 누가 해줄까 싶습니다. 모쪼록 랄프로렌이 사업규모를 축소하더라도 SPA브랜드로 가닥을 잡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랄프로렌 폴로 화이팅


Outer: Polo comabat jacket 폴로 컴뱃자켓

Knit: uniqlo efm turtleneck knit 유니클로 efm 터틀넥 니트

Bottom: Acarve mark1 denim 아카브 마크1 데님

Shoes: Kleman padre 클레망 파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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