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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닙니다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일본 작가의 글은 찾아서 읽는 편입니다. 뭐 저로서는 그의 문학적 성취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알지 못합니다만(잘모르기에 그것을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기본적으로 그의 글은 재밌고, 글이 유려해서 쉽게 읽히며 무엇보다 읽고나면 '글을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모르게 그의 문체를 흉내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건 지금은 종영된 심야 토크쇼에서 였습니다. 토크쇼의 MC였던 강호동 씨가 게스트로 나온 여배우에게 이상형을 묻자 여배우는 '하루키 같은 남자요.'라고 답했고, 강호동 씨는 '하루 한끼요?'라고 대답해 장내에 웃음이 감돌게 했습니다.(물론 저도 당시에 어린 나이여서 '하루키'라는 이름은 생경했습니다.) 제가 다소 삐딱한건지 원래 그 여배우에게 안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는지 '뭐야. 잘난척하긴.'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로부터 몇년 뒤 동네에 있는 한 헌책방을 방문했습니다. 요즘에야 알라딘 중고서점이나 yes24 중고서점이 웬만한 서점 저리가라 할 정도로 잘 갖춰져 있습니다만 당시 그 헌책방은 책을 아무렇게나 쌓아두고 파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헌책방을 구경하던 중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제목이 제 시선을 끌긴 했습니다만 표지는 하늘색과 짙은 파란색의 그라데이션이 전부인 다소 촌스러운 인상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작가 이름을 봤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이 눈에 띄었습니다. 심야 토크쇼에 출연한 여배우가 말한 작가임을 기억하고 왠지 모를 반가움에 바로 구매하였습니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을 읽은지는 벌써 10년 정도가 지나서 무슨 내용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당시에는 책을 대강 읽었는지 정말이지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좋아하던 여자가 절름발이였다는 설정 밖에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속에 흐르던 음악의 멜로디와 제목만은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하루키는 소설 속에서 음악을 얘기할 때가 많은데 1Q84에서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아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는 '리스트의 르 말 뒤 페이(Le Mal Du Pays), 상실의 시대에서는 당연히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이 바로 떠오릅니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서 흐르던 음악은 'Duke Ellington-The Star-Crossed Lovers'라는 재즈 넘버였는데, star-crossed lovers는 불운한 연인들을 뜻하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The Star-Crossed Lovers'가 수록된 Duke Ellington의 앨범 'Such Sweet Thunder'>



이 노래를 시작으로 유명한 재즈 음악들을 찾아들어봤던 것 같습니다만 기억에 남는건 몇 개 없고 이 음악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재즈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어서 뭐라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초반의 피아노 연주와 이후에 전개되는 찐득찐득한 금관악기 멜로디가 아주 기억에 남는 음악입니다. 아무쪼록 좋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 흐르는 Duke Ellington의 The Star-Crossed Lo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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