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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it -69. 파라솔_베개와 천장

category Listen 2017.09.22 13:51

[파라솔의 베개와 천장]

  게으름의 원천은 아마 침대일 것이다. 오늘 어떤 일을 어디서 얼만큼 열심히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은 침대에 눕는 순간, 베개와 천장 사이에 내 머리가 있고 내가 누웠다는 사실만 중요해진다. 아마 사람들의 인생은 그 좁은 틈과 같은 공간에서 흘러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개월 동안 글도 안 썼던 자신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지만 오늘의 곡을 소개하기 위한 단초이다.

  인디신에는 헤쳐모여가 종종 있다.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ABTB나 술탄오브더디스코 등등이 그런 예시일 것이다. 이런 헤쳐모여의 정신이 좋은 것은 생각 이상의 결과물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미 자신의 이름을 한번 검증받은 고수들이 기존의 색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색을 찾고, 그 과정에서 좋은 동료를 만난다. 그리고 그 동료와 함께 생각을 공유하면서 멋진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오늘의 아티스트인 "파라솔"이 그러하다. 최애 밴드라고 밝힐 수 있는 술탄오브더디스코의 베이스인 지윤해가 중심이 되어 트램펄린의 기타였던 김나은, 얄개들의 드럼 정원진이 참가하며 완성이 된 팀이다. 비틀즈 등의 뮤지션에 대한 취향이 맞아서 팀이 되었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이들의 음악이 단박에 이해가 된다. 

 

  

 파라솔의 음악을 즐겨듣지만 가장 먼저 던져보고 싶은 곡은 "베개와 천장"이다. 파라솔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곡이다.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베이스이다. 베이스가 리더여서인지 베이스를 취미로 하는 귀를 가져서인지 곡에서 베이스가 도드라진다. 일단 베이스가 곡을 이끌고 간다. 조금은 복잡한 리프가 반복되면서 곡의 분위기를 만든다. 그리고 이를 기타가 뒷받침해준다. 기타사운드가 좀 특이하다. 이펙터의 영향도 있지만 파라솔만의 사운드는 기타에서 결정되는 듯하다. 대개 기타들은 리드를 하면서 힘을 주게 된다. 그런데 파라솔의 기타는 꽤나 무기력하다. 앞서 말했듯 베이스의 리드에 그저 끌려가는 모양새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특유의 앵앵거리는? 사운드와 힘을 주지 않은 끝음, 긴 울림이 그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낸다. 파라솔의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생각나는 것은 기타 사운드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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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개와 천장"은 베개와 천장 사이에 누워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이다. 얼핏 주워듣기로는 이 곡의 주인공은 아파서 병상에 누워 그저 생각만 하는 한 남자였다. 누워있을 수밖에 없어 생각만으로 밖을 돌아다니고, 무엇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신세에 불안함을 느끼며 그 생각에 계속 뒤척이고 있다. 이 주인공이 파라솔의 곡을 보여주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파라솔의 음악은 무기력하다. 무언가를 강하게 이야기한다거나 힘을 주지 않는다. 무기력하게 흘러가지만 열심히 그 무기력을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듣고 있는 사람은 편하다. 그냥 음악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베개와 천장 사이의 어딘가 떠있는 상태가 된다. 매일 바쁨과 정신없음 속에서 치여사는 사람들에게 다른 의미로 '힐링'이 되는 음악이 아닐까.


오늘은 이 곡이다. 듣자!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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