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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it -72. 달 좋은 밤_달 좋은 밤

category Listen 2017.10.09 11:00

[달 좋은 밤의 달 좋은 밤]

 진짜 가을이다. 더할 나위없이 좋은 밤이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그 바람의 향이 너무나 산뜻하다. 두꺼운 옷은 필요없다. 티셔츠 한 장과 얇은 가디건 한 장이면 충분하다. 현관에 아무렇게 벗어둔 가벼운 운동화와 함께 문을 열고 나가 달을 따라 걷는 것이다. 조금만 걸으면 한강이 나오고, 벤치에 앉아서 생수 한 병으로 목을 축인다. 강바람이 조금 쌀쌀하다 싶어 옷깃을 여미면서 전화를 꺼내들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한다. 잠깐의 통화겠지만 여민 옷깃을 조금은 풀어줄 수 있는 따뜻한 대화였고, 더 밝아진 것 같은 달을 보며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런 가을의 정취는 정말 짧다. 1년 중 며칠 안 되고, 하루 속에서 이렇게 즐길 수 있는 소소한 틈을 찾는 것 역시 어렵다. 이 소중한 시간 집을 나서는 이어폰에서 처음 흘러나왔으면 하는 곡은 "달 좋은 밤"이다.

  애시드 재즈 밴드 달 좋은 밤의 첫 데뷔곡인 "달 좋은 밤"은 시작부터 예상밖의 느낌을 던져준다. 애시드 재즈는 재즈의 원류보다 가볍고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듣기 좋고, 취향도 크게 타지 않는 편이다. 달 좋은 밤의 경우, 한국적인 느낌으로 이 맛을 잘 살리고 있다. 일단 보컬의 음색이 참 좋다. 많은 재즈 곡에서 여성보컬들은 소울풀한 느낌을 주거나 강한 그루브의 느낌을 준다. 달 좋은 밤은 중음역대에 공기가 많이 들어간 음색이다. 재즈밴드의 보컬인만큼 탁월한 박자감각을 보여주지만 앞서 말한 음색이 가진 몽글몽글함이 먼저 드러난다. 그래서인지 곡을 처음 듣는 순간에 압도되기 보다는 계속 귀를 잡아끈다. 이 음색 다음에 달려오는 건 베이스이다. 재즈에 많은 중요한 요소가 있지만 베이스는 정말정말 중요한 요소다. 곡의 성격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아서 일 것이다. 달 좋은 밤의 베이스 라인은 거진 완벽하다. 좋은 완급조절에 유러한 리듬은 듣고 있는 내내 귀를 재밌게 해준다. 특히나 보컬의 박자와 정확히 맞아들어가는 그 느낌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리고 간간이 베이스와 보컬의 빈 부분을 찾아들어가는 드럼의 사운드도 빼놓을 수 없는 킬링 파트다.

  "달 좋은 밤"이라는 곡 자체가 좋은 이유는 글의 가장 앞에 적은 그 느낌 때문이다. 한번쯤 누구나 느껴볼만한 감정을 잘 그려주고 있다. 보컬은 꾸준히 비슷한 힘으로 이야기를 하지만 코러스와 악기는 완급조절을 하면서 달려온다. 상대적으로 보컬이 반주처럼 가라앉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리 나쁘진 않다. 중간의 키보드 솔로는 발랄한 구름같아서 마냥 좋다. 가사를 촘촘하게 보면 한편의 드라마같다. 달을 바라보며 걷는 주인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사실 가사 자체는 조금 유치하긴 하다. 몇몇 단어나 어구는 굳이 이렇게 쉽게만 쎠야했을까 싶다. 그래도 슬며시 웃으면서 들을만 하다.

가사 보기

  예전에 홍대의 여신, 프롬의 곡을 굉장히 좋아했었다. 달 좋은 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프롬이 떠오른다. 보컬의 느낌에 방점이 찍히겠지만 꿀렁꿀렁 마음으로 오는 그 느낌에서 두 아티스트의 공통점이 보인다. 여성 보컬의 리드미컬함에 반한게 아닐까 싶다. 대개 그 리듬은 조금 빨리 걷은 걸음걸이와 비슷하다. 발걸음이 좀 빠른 나에게는 너무 좋은 걷기 메이트이다. 달 좋은 밤은 16년 말에 그간의 싱글과 자신들의 곡을 모아 1집을 냈다. 개인적으로 2집이 기다려진다. 걷고 싶은 이 가을이 지나가기 전에 만나보고 싶을 뿐이다.


오늘은 이 곡이다. 듣자!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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