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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30 <B>


다들 인생 앨범 하나씩 있으신가요? 인생 앨범을 '인생에서 가장 좋은 앨범'이라 한다면 저는 세상에 좋은 음악이 많아서 어떤 것 하나를 콕 집어서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앨범’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든 인생 앨범을 하나 꼽아보자면 저는 지드래곤(G-Dragon)의 'One of a kind' 앨범을 뽑고 싶습니다. 저는 2012년 'One of a kind'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록/메탈(Rock/Metal) 음악에 상당히 취해 있어서 록(혹은 락) 음악의 역사책까지 사서 계보를 따라 록 음악을 듣기도 했습니다. 10대 후반이라는 어린 나이여서 그런 생각에 빠지기 쉬었다는 변명을 조금 보태보자면, 당시의 저는 소위 아이돌 음악들은 대중들에게 단기적으로 소비되는 질낮은 음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락/메탈이 최고의 장르라고 생각했고 그런 장르에 심취한 취향에  자부심 비슷한 것 까지 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지디의 솔로 앨범이었던 ‘One of a kind’를 스트리밍으로 쭉 들으면서 이전까지 갖고 있던 음악 장르에 대한 저의 확고했던 취향이 산산조각 나버렸습니다. ‘One of a kind’ 앨범이 발매된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크레용’, ‘결국’,  ‘One of a kind’, ‘Missing You’, ‘Today’, ‘그XX’ 등 버릴 것 하나 없는 트랙 리스트가 기억 날 정도입니다. (물론 지드래곤은 이제 국내에서 하나의 아이콘이 된듯 하지만 당시의 저에게는 그져 잘나가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라는 정도의 인식이었습니다.) 이렇듯 사람의 취향이란 것은 영원하거나 절대적인 것이 없으며, 다른 분야•장르에 대해서 쉽게 무시하는 것만큼 무지한 것이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연히 나와 다른 분야/장르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의 취향도 존중해야하구요.


<G-Dragon의 One of a kind 앨범 중 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와 함께 했던 'Missing You'>



이는 사실 음악 뿐만 아니라 패션에 있어서도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블로그에 올리는 착샷들을 보면 클래식한 캐쥬얼 룩(혹은 캐쥬얼한 클래식 룩) 비슷한 것을 좋아합니다만 블로그 초기를 보면 A.P.C 등의 컨템포러리 브랜드들도 꽤 좋아했습니다. 블로그를 하기 이전에는 빈지노(Beenzino)의 칼하트의 룩북을 보고 감명받아 카모팬츠를 사서 열심히 입고 다닌 적도 있습니다. 이런 저의 취향이 언제 또 변덕을 부려서 어느날 블로그에 이지부스트를 신고, 슈프림 캠프캡을 쓰고, Y-3 벨트를 길게 늘어뜨리고 쪼그려 앉아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사진을 올릴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럴 일은 왠지 없을 것긴 합니다만 모를 일이겠지요?)

언젠가 올렸던 저의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특정 스타일이나 룩을 지향하는 커뮤니티에 해당 커뮤니티의 룰과 룩에 어긋나는 글을 게시하는 것을 제재하는 것은 커뮤니티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일환으로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지나치게 내집단화해서 일면식 없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나의 계층으로 인식하고, 이와 다른 것들은 하등한 것으로 보는 시선들을 느낄 때면 무섭기 까지 합니다. 그런분들에게도 언젠가 저에게 지드래곤의 'One of a kind' 같은 계기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폴로 랄프로렌 꼬르넬리아니 자켓 Polo Ralph Lauren Corneliani Jacket


저희 블로그에서 저와 친구가 보여주는 룩을 굳이 정의해보자면 클래식 캐쥬얼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클래식 쪽에 좀 더 가깝고, [C]는 캐쥬얼 쪽에 좀 더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라 친구 [C]가 클래식 캐쥬얼은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냐 하면 마땅히 할 말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요즘에 저는 좀 더 클래식한 룩에 관심이 가는 편입니다. 지난 번에 라르디니 수트를 입어보니 아무래도 복장에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맨날 청바지만 입었던지라 몸이 훨씬 편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이번에 블로그를 운영하는 친구와 압구정 도산공원 쪽에 위치한 '쎄꼰도 삐아또(Secondo Piatto)'를 방문했다가 또 라르디니 자켓을 구매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쎄꼰도 삐아도에 대한 인상과 새로 구매한 라르디니 자켓은 수선을 마치는대로 또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저는 자켓은 넉넉히 갖고 있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는 않게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마땅한 울팬츠가 하나도 없는 형편이라 다음에는 괜찮은 울팬츠 좀 마련해야겠습니다.

7월에 영화 '덩케르크(Dunkirk)'를 보고 한동안 밀리터리 뽕에 빠졌었는데 요즘에는 클래식한 룩에 눈이 많이 갑니다. 제가 갖고 있는 폴로 꼬르넬리아니 자켓은 패브릭이 주는 느낌이 굉장히 좋은 것 같습니다. 베이스는 차콜그레이에 밝은색과 어두운색 스트라이프가 나란히 있어 심심해보이지 않아 좋습니다. 이태리 메이드이긴 하지만 미국 브랜드의 자켓답게 좁은 라펠이 특징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류의 옷차림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어 길게 설명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어깨와 라펠이 어떻고, 고지가 어떻고 하는 분석적인 이야기를 잘 풀어내기엔 아직 짬이 많이 부족합니다. (뜬금없는 고찰이지만 저의 옷이나 음식에 대한 리뷰는 대부분 분석적이라기 보다 그냥 인상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저는 보통 네이비 색의 아우터를 좋아하는데 솔리드 네이비 자켓은 너무 멀끔해 보여서 이상하게 정이 안간다고 해야할까요. 차콜 그레이 자켓이 주는 인상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솔리드 네이비 보다는 확실히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메멘토모리 문라이트 네이비 솔리드 타이 Mementomori Moonlight Navy Solid Tie


저는 타이를 매지 않고 셔츠 위에 자켓을 입는건 너무 허전해보여서 차라리 셔츠를 입지 않고 티셔츠 위에 자켓을 입거나, 크루넥 니트만 입고 위에 자켓을 입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타이를 매는 것에 조금 욕심이 생깁니다. 타이에 대해서는 자켓보다도 아는 바가 없어서 국내 브랜드인 '메멘토모리(Mementomori)' 세일 시즌에 하나씩 사두곤 합니다. 제가 아는 해외 타이 브랜드라고 해봤자 드레익스(Drakes), 타이유어타이(Tie Your Tie, 소위 '타유타') 밖에 없지만, 그마져도 플레인 노트 밖에 맬 줄 몰랐던 제가 사기엔 좀 무리라고 생각해서 아직은 욕심을 내고 있지 않습니다. 예전에 신사역에 있는 메멘토모리 매장도 방문해봤는데 직원분께서 정말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더군요. 세일 시즌에 직접 보고 구매하고 싶으신 분들은 매장에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원래 플레인 노트 밖에 맬 줄 모르고, 딤플도 잘 잡을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친구에게 '하프윈저 노트' 매는 법을 배우고 친구가 몸소 직접 넥타이를 매줬는데 넥타이 하나만으로 전체적인 옷차림에 다른 인상을 줘서 놀랐습니다. 딤플을 잡고 넥타이 핀으로 아치를 잡으니 훨씬 풍성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보통 보기 좋은 옷차림에는 센스가 필요하지만, 이런 종류의 멋부림을 위해서는 어느정도 스킬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앞으로 타이를 맬 때마다 하프윈저 노트를 열심히 연습해봐야겠습니다.




Jacket: Polo Ralph Lauren Corneliani Jacket 폴로 꼬르넬리아니 자켓

Shirts: Vanbrough London Stripe Shirts 밴브루 런던 스트라이프 셔츠

Tie: Mementomori Moonlight Navy Solid Tie 메멘토모리 문라이트 네이비 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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