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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 20171003 

Here's looking at you kid

험프리 보가트 (Humphrey Bogart)

 지금이야 비교적 작은 키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살지만, 어렸을 때는 키가 작은 것이 정말 싫었습니다. 그래서 키가 작은데도 멋진 사람들이 제겐 영웅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손에 꼽으면서 작아도 멋질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작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작은 키가 때로는 자극이 되고, 때로는 어떤 노력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면서 그런 부재가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저에게 신이 키만 몇 센티 더 얹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오늘의 나를 작은 키와 떼어놓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을 알 만큼은 성숙한 것 같아 다행입니다. 작은 키에 짜증이 잔뜩 났던 어린 저의 영웅 중 하나가 바로 험프리 보가트입니다.

 사냥용 모자를 쓰고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는 영국 탐정의 전형적인 이미지의 원형이 셜록 홈즈라면, 중절모에 트렌치코트에 담배를 물고 있는 미국 탐정의 원형은 아마 험프리 보가트가 연기한 필립 말로일 겁니다. 하지만 험프리 보가트의 트렌치코트가 가장 멋지게 나오는 영화는 사실 카사블랑카입니다. 잉그리드 버그먼을 비행기에 태우기 위해 설득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험프리 보가트는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습니다. 험프리 보가트는 잉그리드 버그먼을 억지로 비행기에 태우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Here’s looking at you kid.” 

사실 험프리 보가트의 트렌치코트보다는 잉그리드 버드만의 글썽이는 눈동자가 더 기억에 남긴 합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제게 부족한 것은 키보다 얻기 어려운 것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spectator deck trench coat  

 스펙테이터의 덱 트렌치코트는 여러 버젼을 거쳐 스펙테이터의 트렌치코트의 최종적인 버젼입니다. 방수 원단에 심 실링(seam sealing)이 들어간 일반적인 방수 트렌치코트가 아니고, 해군의 덱자켓에 쓰이는 정글 크로스 원단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정말 멋있고, 여러 디테일한 디자인들이 풍기는 느낌도 장난이 아닙니다. 스펙테이터의 덱트렌치 코트는 정말 ‘One of a kind’라는 말이 어울리는 옷입니다. 입고 다니기 부담스러울 만큼 옷 자체가 멋있어서 스펙데이터의 덱 트렌치코트가 가진 장점에 대해 더 얹을 말이 없습니다. 올해에는 네이비색 버젼도 새로 출시되었지만 역시 트렌치 코트는 카키색이 제맛입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아쉬운 부분들이 몇 개 있습니다. 일단 어깨가 좁습니다. 그렇다고 자켓을 입고 오버코트로 입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을 작아 보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오늘 올린 사진이 다른 옷을 입고 찍은 사진들에 비해서 어깨가 두드러지게 좁아 보이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L사이즈를 입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팔의 활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넣은 겨드랑이의 패턴으로 암홀이 너무 좁아지고 전반적으로 팔이 얇아 보이게 내려온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건 스펙테이터의 하우스 스타일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가져본 스펙테이터의 아우터들은 대부분 팔이 매우 날렵했습니다. 이 부분은 취향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서 더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Outer: spectator deck trench coat 스펙테이터 덱트렌치 코트

Shirts: Muji labo 무인양품 라보

Bottom: LVC 67505 리바이스 빈티지 클로딩 67505

Shoes: Kleman Padre 클레망 파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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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뿌잉뿌잉 2017.10.03 13:11 신고

    개인적으로 국내 브랜드를 응원해서 스펙테이터 초기에는 긍정적으로 봤는데

    가격으로 형성한 프리미엄은 이미 깨진지 오래고

    의도적인 강력한 마무리 워싱은 결국 내구성과 반비례 하는데

    스펙테이터는 그 저울질을 잘 못하는것 같습니다.

    또 시즌별로 나오는 제품들은 충분한 필드테스트를 거쳤는지 의문일 정도로

    작게 설계되고 패턴이 불편한거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멋진 무드의 제품들이 나오지만

    충분한 대안이나 그 이상의 제품들이 넘쳐나는 지금

    앞으로 행보에 따라 단순히 비싼 도메스틱으로 남을지 그 이상으로 갈지의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비슷하게 출발한 이스트로그는 꾸준히 잘 해 나가는거 같습니다.

    • 낙낙이 2017.10.03 15:35 신고

      한 때 암홀이 높고 팔이 감기는 옷들이 인기를 끈적이 있었습니다. 그런게 줗은 옷의 기준이 되던 시기도 있었구요. 하지만 요즘은 취향이 바뀌어서인지 어디라도 끼는 부분이 있으면 불편하고 별로 안좋더라구요. 말씀하신대로 구조상 이런 부분들이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런 변화에 대해서 스펙테이터도 나름대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요즘 나오는 제품들은 대체로 핏이 조금 넉넉해졌더라구요. 스펙테이터란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서 몇해 전 겨울 시즌같은 임팩트는 사라지고, 또 요즘 말씀하신대로 잘하는 곳들도 많아져서 변화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저는 스펙테이터에 대해서 훨씬 후하게 평가하고 있었는데, 근래의 제품들을 보면 이스트로그도 굉장히 잘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 겨울제품들은 분위기가 대단하더라구요.

  2. nocknono 2017.10.03 16:53 신고

    코트 사이즈가 어찌 되십니까!

  3. 숲속의 인디언 2017.12.06 01:54 신고

    착샷 멋있어용. 혹시 바지 정보좀 알 수 있을까용. 무슨 색인지용?? 아 사진좀 퍼가도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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