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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Kingsman: Secret Service)를 보면 해리(코드네임: 갤러헤드)는 영국 신사답게 말끔한 수트를 입고 있지만, 킹스맨이 되기 이전의 주인공 에그시는 항상 야구잠바를 입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하류층 출신인 젊은 에그시와 상류층으로 묘사되는 중년의 해리는 시각적으로 야구잠바와 수트라는 복장의 차이로 대비됩니다.


<더블수트를 입은 해리와 스타디움 자켓을 입은 에그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


이처럼 젊고 캐쥬얼한 인상을 주는 야구잠바는 골든베어의 바시티 자켓부터 생로랑의 테디 스타디움 자켓까지 참 다양한 브랜드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소위 야구잠바를 만들어집니다. (골든베어와 생로랑이라니 예시를 너무 고가로 든 것 같습니다.)



<엔지니어드 가먼츠x골든베어를 입은 타카히로 키노시타, 이 사진으로 엔가x골든베어를 입은 사람들은 키노시타를 코스프레하는 것처럼 만들어버린 것 같습니다.> 



<생로랑 테디 자켓(Saint Laurent Teddy Jacket)을 입은 에이셉 라키(A$AP Rocky)와 뜨또(Justin Bieber, 저스틴 비버)>


바시티(varsity)의 뜻을 찾아보면 ‘대학의 스포츠 대표팀’ 정도를 뜻하는 것 같고, 스타디움(stadium)은 당연히 경기장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시티 자켓(varsity jacket)을 검색해보면 레터맨 자켓(letterman jacket)이라는 명칭도 함께 나옵니다.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바시티 자켓·스타디움 자켓·레터맨 자켓의 역사와 기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레터맨 자켓의 등장


1865년 하버드대학교 야구팀은 팀 내의 스타플레이어를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해줄 방법을 모색 중이었는데, 이때 대학의 이니셜인 'H'를 회색 플란넬 유니폼에 박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니셜 'H'를 박은 플란넬 유니폼은 모든 선수에게 줬지만, 시즌이 끝나고 팀내에서 크게 활약한 선수에게만 계속 'H'를 달 수 있게 해주고 참여하지 않았던 선수들은 'H'가 달린 져지를 반납해야 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선수들은 팀의 이니셜이 박힌 자켓을 입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고, 이들을 레터맨(letterman)이라 부르고 그들이 입는 자켓을 레터맨 자켓(letterman jacket)이라 불렀던 것입니다. 


<초기 형태는 지금과 같은 자켓 형태가 아닌 유니폼으로 입었던 두꺼운 니트 형태였고, 1930년대부터 자켓 형태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하버드 야구 대표팀이 이런 레터맨 자켓을 만들고 10년 뒤인 1875년에 하버드 풋볼(미식축구) 팀도 유니폼에 글자를 박기 시작했습니다. 야구팀과 마찬가지로 주장 선수가 예일, 프린스턴(Yale, Princeton) 대항전 같이 중요 경기에 참여한 선수에게  글자를 박는 것을 허락하는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1890년도의 하버드 풋볼 대표팀의 단체사진>


1891년부터 하버드 대학의 야구팀이었던 'Nine'은 검은 스웨터(black sweater)의 왼쪽 가슴에 붉은 색(crimson color)으로 'H'를 새겨넣고 다녔는데, 이것이 유행처럼 번져 레터맨 풀오버와 가디건이 생기기까지 이릅니다. 주로 풀오버에는 가슴 한 가운데 글자를 박았고, 가디건은 왼쪽 가슴에 글자를 박는 것이 보통이었으며, 팔뚝의 스트라이프는 새로운 활약이 있을 때 기록을 새기기 위해 있었다고 합니다. 


<레터맨 가디건(letterman cardigan)의 팔뚝 스트라이프>


<1910년도 레터맨 가디건의 사진>



2. 바시티 자켓(Varsity Jacket)의 등장과 선풍적인 인기

이후 시기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레터맨 스웨터는 미국내 대학에서 고등학교까지 번져갔다고 합니다. 기록으로 남은 사진들 중에서는 Phoenix Union High School의 한 학생이 학교의 이니셜인 'P'가 새겨진 V넥 스웨터를 입고 있는 것이 고등학생이 레터맨 스웨터를 입은 가장 오래된 것으로 꼽힙니다. 그리고 정확히 1930년도부터 우리가 아는 울 소재의 몸판에 가죽 소매(sleeve)인 자켓이 등장하여 학교의 이니셜을 박은 레터맨 자켓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형태의 자켓은 앞서 언급한 팔뚝 스트라이프에 기록할 수 있는 특징이 사라진 대신 몸판에 셔닐(chenille) 혹은 펠트(felt) 울에 패치를 쉽게 붙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이때부터 대학과 고등학교의 스포츠 대표팀(varsity)의 자켓을 뜻하는 바시티 자켓(varsity jacket)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합니다.


<미국 미저리(Missouri) 주 소재 고등학교의 바시티 자켓>



바시티 자켓의 엄청난 유행은 대학팀 뿐만 아니라 빅 리그까지 번지게 됩니다. 야구팀 팬들을 위해 의류를 제작하던 업체들은 팀로고나 팀이 속한 도시의 마스코트를 바시티 자켓에 박아 판매하기도 하였습니다. 다른 스포츠 종목들의 바시티 자켓들은 거의 몸판은 울, 소매는 가죽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야구팀의 바시티 자켓은 1980년대 후반까지 거의 사틴(satin) 재질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런 바시티 자켓 열풍은 야구 종목뿐만 아니라 미국의 8~90년대 스트릿 패션에 큰 축이었던 농구와 풋볼에도 불었습니다.


<사틴(satin) 소재로도 많이 제작되었던 야구팀 바시티 자켓>



이렇듯 아이비리그 야구팀에서 탄생한 레터맨 자켓, 바시티 자켓은 프레피룩에 대한 일본의 전설적인(사기) 서적인 'Take Ivy'에도 등장하며 프레피룩의 기본 아우터로 꼽히기도 합니다. 


<Take Ivy(테이크 아이비)에 소개된 붉은 이니셜이 박힌 검은 스웨터(Black Sweater/Crimson Letter), 하버드 야구팀 'Nine'의 스웨터를 연상시킵니다.>


<Take Ivy(테이크 아이비)에 소개된 바시티 자켓을 입은 아이비 리그 대학생 사진>

<Take Ivy(테이크 아이비)에 소개된 바시티 자켓을 입은 다트머스 대학교 학생들>




3. 골든베어 스포츠웨어(Golden Bear Sportswear)의 역사와 바시티 자켓



이런 바시티 자켓을 만드는 가장 유명한 브랜드로는 '골든베어(Golden Bear Sportswear)'가 있습니다. 저는 원래 골든베어가 바시티 자켓을 만들다가 Dock Jacket(독·부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켓)도 만들어 파는 것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192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 시작한 골든베어(Golden Bear Sportswear)는 선박 부두 노동자들을 위한 Dock Jacket(독 자켓)으로 시작하였습니다. 1900년대 초반 샌프란시스코에서 선박 항만 사업이 성행했는데, 안개가 많이 끼며 밤에는 몹시 추운 기후에서 일하는 부두와 항만 노동자(dockworker, longhorseman)들을 위해 골든베어에서 견고한 독 자켓(dock jacket)을 만들어 판매한 것입니다.


<랜덤워크(Random Walk)에서 판매하는 골든베어 독 자켓(Dock Jacket)>


이후 골든베어는 1940년대부터 봄버 자켓(Bomber Jacket)을 만들기 시작헀으며 1950년대부터 드디어 바시티 자켓과 모터사이클 자켓을 만들기 시작하고,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어워드 자켓(award jacket)을 납품합니다. 

(어워드 자켓[Award Jacket]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는 구글링을 해봐도 잘 안나오는데, 아마 경기를 승리하고 바시티 자켓에 어워드 패치[Award Patch]를 붙이던 것에서 파생된 단어 같습니다.)


<골든베어(Golden Bear Sportswear)의 U.C Berkeley (U.C 버클리) 바시티 자켓>



2차 세계대전 때는 미국 공군에 대량의 봄버 자켓을 납품했다는 내용에 대해 논란이 있는데, 골든베어 공식 홈페이지에는 관련 내용이 전혀 없으며 증거 사진도 없어서 사실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1960년대에는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 그레이트풀 데드(The Grateful Dead), 두비 브로스(The Doobie Bros) 등 많은 락밴드들이 밴드의 커스텀 자켓을 골든베어에서 맞추며 골든베어의 밴드 커스텀 자켓이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그레이스 슬릭(Grace Slick)이 보컬이었던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

골든베어는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브랜드였지만 그들의 봄버자켓은 메인 주(Maine)부터 오레곤 주(Oregon)까지 판매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골든베어의 샤모아 셔츠와 스웨이드 사파리 자켓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며 미국 전역에서 판매되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1970년대에 골든베어는 일본 패션 시장에 소개되며, 골든베어의 리테일 샵은 아직도 일본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런걸 보면 일본의 패션은 놀라우리만큼 흡수력이 빨랐던 것 같습니다.) 

이후 골든베어는 꾸준히 승승장구하여 클럽모나코(Club Monaco), 제이크루(Jcrew), 스투시(Stussy), 유니온 메이드(Union Made) 등의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협업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골든베어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의 대통령이나 각료들이 골든베어 자켓을 입기도 하였으며, IT기업들의 직원 맞춤복으로도 진행된다고 합니다.

좋은 품질의 가죽과 울로 만든 골든베어의 바시티 자켓은 디자인에서도 그들만의 시그니쳐가 있습니다. 바로 소매 시보리(립, rib)의 후면에 가죽으로 덧댐이 되어있는 디자인 입니다. (자랑 하나 하자면 사실 저도 골든베어 바시티 자켓이 있는데 소매의 가죽 덧댐이 굉장히 매력적인 포인트 입니다.)


<골든베어 바시티 자켓의 시그니쳐 디자인>


지난 '7편: 더플 코트'의 글이 생각보다 길게 나와 진이 다 빠져서 8편은 좀 쉬운 주제로 하려고 했는데...바시티 자켓도 생각보다 역사가 긴 옷이었네요...

벌써 소재가 다 떨어져가는데 다음에도 열심히 공부해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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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0.11 10:04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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